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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광주비엔날레 후기: 비엔날레전시관, ACC

이한솔

10월 13일 목요일, 지난 9월 2일 개막한 2016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스페인의 ‘마리아 린드’가 총감독으로,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타이틀로 잡았다. 전시서문에 의하면 제8기후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재된 만화경 같은 다양성의 기후대’라 한다.

 

 비엔날레전시관을 포함하여 2015년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누리봄커뮤니티센터 등에서 동시 진행된다.

전부 다 방문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만 방문하였다.


01. 비엔날레 전시관


 
 

본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부터 비엔날레를 알리는 표지판과 포스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평일임에도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온 학생들 및 단체관람객으로 굉장히 붐볐다.

입구에는 로봇공학, 석고방향제 만들기, 도예, 3d프린팅 등 지역연계커뮤니티를 통한 현장체험 프로그램부스가 있고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곳도 있었다. 반응은 좋았지만 적절한 질서유지가 안 되어 입구부터 난잡하고 소란스러웠다. 


 

▲ 1전시실 일부, 3전시실


전시관은 총 5전시실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관객의 설명을 돕기 위한 도슨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총 11회 진행되는데, 방문한 날에는 단체관람객이 많아서인지 수시로 진행되었다. 도슨트 설명을 들으면 5전시실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입구에서 재입장 도장을 받아야 했다. 재입장은 1회만 가능하다.



도슨트를 들을 수 없다면, 작품명 옆의 QR코드를 스캔하여 간략히 정리된 설명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QR코드 말고는 별도의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 QR코드를 통해 접속한다 하더라도 설명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일일이 관람객이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보아야 한다는 점 등 불편한 점이 다소 많았다.


 

▲ 1전시실 작품


 제1전시실은 강력한 첫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서로 다른 성격의 작품을 병치했다. 그 때문인지 각기 작품에서 공통된 ‘한 획’의 메시지를 읽어내기는 어려웠다. 1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크게 보이는 작품은 ‘녹두서점-산자와 죽은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다. 다소 긴 제목의 이 작품은 2016광주비엔날레 눈 예술상을 수상하였다. 녹두서점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때 투사회보를 만들어 배포했던 곳으로, 스페인작가 ‘도라 가르시아’에 의해 전시관에 재현되었다. 이 작품은 당시의 서점을 그대로 재현하여 실제로 책이나 비엔날레도록을 판매하기도 하고 관람객이 둘러보며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보았다.

 제2전시실은 전체가 영상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조명을 모두 꺼서 깜깜한 암실 같기에 도슨트의 안내를 받아 이동한다. 개인적으로 박보나 작가의 ‘1967-2015’가 인상 깊었는데, 1967년 충남 청양의 구봉광산에서 광부김씨가 15일 만에 매몰되어 구조된 사건을 폴리아티스트의 작업을 통해 재현하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와 그 안에 분명히 내재하는 권력관계, 노동문제에 관해 다룬다.




 제3전시실은 작품이 전시장의 모든 일부를 구성하고 인테리어한다. 일상에서 버려진 것으로 작품을 만드는 ‘미하엘 보이틀러’는 <대인 소시지 가게>라는 작품으로 전시장에 폐품으로 만든 ‘소시지벽’을 쌓았고, ‘빅 반 데 폴’의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는 전시장 한복판에 장판을 깔고 아예 공간을 마련한다. 이곳은 5.18광주항쟁 희생자들 어머니로 구성된 ‘5월어머니회’ 회원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다과를 즐기기도 하는 모습이 퍼포먼스처럼 펼쳐지기도 한다.

 제4전시실에서는 깨진 거울파편으로 조각하는 ‘모니르 샤루디 팔만팔마이안’의 거울작품이 곳곳이 배치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제5전시실은 베를린의 ‘폴린 보드리와 레나테 로렌스’듀오의 대형 영상설치작품 3점으로만 구성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각 전시실을 오가는 길목이나 통로도 전시공간으로, 통로를 오가면서 감상할 수 있다.


 ‘비엔날레 전시관’은 입구의 부스나 5.18민주항쟁의 흔적 등 광주의 지역성을 전시에 투영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고 신기술, 우주, 노동 등 인간과 미래를 논하는 소재를 광범위하게 다루어 보편성을 이끌어 내려는 것처럼은 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이나 내용이 조잡하고 난해하다는 느낌만 텁텁하게 남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특히 광주라는 ‘지역성’과 비엔날레의 ‘국제성’이 별개의 영역에서 떠도는 듯, 어우러졌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02.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아쉬움을 뒤로 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찾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국제적으로 아시아문화를 교류, 교육, 연구하기 위한 문화체육부 산하기관으로서 기록관과 박물관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라키비움적 형태를 지향한다. 2015년 11월 개관하여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광주비엔날레는 ‘문화창조원’의 일부를 대관하여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비엔날레는 여러 곳으로 나누어 전시를 해서 그런지, 비엔날레를 위한 관람객 보다는 ACC를 둘러보기 위한 방문객으로 주를 이뤘다. 

 

 ACC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비엔날레 협력전·특별전으로, 협력전으로는 ‘크리스토퍼 쿨렌드란 토마스’의 <뉴일람>, 특별전으로는 광주작가들과 해외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크리스토퍼 쿨렌드란 토마스는 부동산 테크놀로지 기업을 설립해 집을 음악처럼 스트리밍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전 세계 주택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 청약제도를 개발한다. 작가는 집을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동의 소유로 하는데 목표를 두는데,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가지는 소유권’에 대한 의미에 대해 상기시킨다.


 

 특별전은 광주작가들과 해외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그 중 김형기 작가의 <be-ing space 존재의 표정>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작품은 전시장 중앙에 세워져 있는데, 멀리서 보면 사람이 물이 가득 찬 수조에 갇혀 관상용 물고기처럼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것은 실제로 사람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 각각 촬영한 영상을 5개의 LED모니터에 재생한 것이다. 수조안의 모델이 움직이며 포즈를 바꾸기만 기다리고 지켜보게 되는 관음증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사람이 갇힌 수조인지 아니면 모니터의 영상인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기괴한 작품이었다.


 1995년 아시아 최초의 비엔날레로 시작한 광주비엔날레는 2014년 아트넷(Artnet)에서 세계 5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아무리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한들, 이번 전시장에서 접한 모습은 그동안의 이력 앞에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지역행사로 얼룩진 전시관 풍경에 관람객의 기본질서 부재, 어거지로 끼워넣은 듯한 메시지가 난무했다. 12회는 지금보다 성숙해진 광주비엔날레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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